칼럼
유리비가 쏟아진 식물공장, 형광등 붕괴의 비극
LED가 당연해지기 전의 식물공장에서는 형광등을 교체하는 일만 해도 꽤 신경이 쓰이는 작업이었습니다.
형광등 시절
요즘 식물공장에서는 LED 조명이 당연하죠. 조사에 따르면 인공광형 식물공장의 90% 이상이 LED를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때 제가 일하던 식물공장에서는 형광등이 주역이었습니다. 그 길쭉한 관 모양의 등 말입니다. 보기만 해도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실제로 저도 매번 조금씩 긴장했습니다.
공장 안에는 수만 개의 형광등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습니다. 아침 점검은 나간 형광등을 찾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오늘도 3개 나갔네.”
이렇게 금방 찾을 수 있으면 그래도 낫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꽤 힘듭니다. 작업자는 베드를 따라 끝에서 끝까지 수십 번을 오가며 확인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눈부신 빛을 계속 보고 있으면 15분만 지나도 시야가 깜빡거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몇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는 제 기억이 수상해집니다.
“어? 이 베드 아까 확인했나?”
저도 “이 베드를 확인했는지 모르겠다”는, 약간의 기억상실 같은 상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빛을 너무 오래 쐬어서 뇌가 천천히 녹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하단이나 상단 베드를 확인할 때 자세도 정말 괴롭습니다. 허리를 비틀고 목을 90도로 꺾은 채, 거꾸로 들여다보는 듯한 자세가 됩니다.
“오늘 아침은 요가로 시작하자. 형광등 아래보기 자세.”
그런 농담을 해 가며, 매일 어떻게든 점검을 해냈습니다.
교체 작업
나간 형광등을 찾으면, 다음은 교체 작업입니다.
이게 또 긴장됩니다. 형광등을 뺄 때 금이 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깨졌나?” 하고 손이 멈춥니다. 뺄 때 무사해도 새 형광등을 끼울 때 나는 딸깍 하는 고정 소리에 또 한 번 심박수가 올라갑니다.
아무 일 없이 끝나면 정말 안도하게 됩니다. 형광등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상하리만큼 큰일을 끝낸 기분이 드는 겁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다가, 결국 깨져 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형광등 교체를 맡고 있던 사람은 신입인 다나카 군(가명)이었습니다.
“조심해. 깨지면 큰일이니까.”
그 말을 건넨 직후였습니다.
“아앗.”
짧은 비명과 거의 동시에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큰 소리가 났습니다. 식물공장 안에서는, 그 소리만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울렸습니다. 주변 작업 소리가 순간 멀어지고,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던 걸 기억합니다.
다나카 군의 손에서 미끄러진 형광등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베드 끝에 부딪혔고, 거기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아마 몇 초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 몇 초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깨졌다. 어디로 튀었지. 아래는 뭐지. 잎상추다. 출하는 어쩌지. 일단 멈춰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그런 파편 같은 생각만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다나카 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졌습니다. 무리도 아닙니다. 형광등이 깨진 곳은 재배 중인 잎상추 바로 위였으니까요.
폐기 판단
유리 파편은 주변 베드에도 퍼져 있었습니다. 보는 순간, 이건 주워 담는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다나카 군이 작게 “어떡하죠”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목소리가 이상할 만큼 작게 들렸던 게 기억납니다. 본인도 꽤 크게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는 급히 상사에게 연락했습니다. 그 뒤 상사의 판단으로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습니다.
문제는 단순했습니다.
“파편이 붙은 채로 채소가 출하되면?”
이 한마디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유리 파편 혼입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확인해도, 작은 파편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최종 판단은 유리 파편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범위의 작물을 전부 폐기하는 것이었습니다.
형광등 한 개가 깨졌을 뿐인데 수십 개 베드의 작물을 폐기해야 했습니다. 숫자로만 들으면 담담해 보이지만, 현장에서 그 범위를 직접 봤을 때는 속이 무거워졌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깨지는 소리와 희미하게 빛나던 작은 파편의 느낌은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LED가 되고 나서
이 사건이 있고 몇 년 뒤, 제가 일하던 그 공장에서는 조명이 전부 LED로 바뀌었습니다.
LED로 바뀐 뒤의 램프 교체 작업은 정말 편해졌습니다. 적어도 형광등 때의 그 “쨍그랑” 하는 공포는 없습니다. 매번 그렇게 긴장하던 작업에서 해방된 건 꽤 컸습니다.
지금은 신입 교육에서 “예전에는 형광등이었어” 하고 말하면, 젊은 친구들은 “와, 힘드셨겠네요” 하고 꽤 남 일처럼 듣습니다.
그 반응이 맞습니다. 몰라도 되는 고생입니다.
그래도 가끔 공장 안을 걷다 보면, 그날 유리가 깨지던 소리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식물공장에서 형광등 트라우마를 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조용하고 안전해진 LED 조명 아래를 걸을 때마다, 저는 역시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LED로 바뀌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