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 수익성
식물공장의 채산은 시장 규모가 아니라 유형별 적자율과 판매가로 읽는다
업계 보고서의 수치는 대체로 맞다고 봅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절반은 적자, 둘 다 사실이겠지요. 다만 그건 ‘시장의 이야기’이지 ‘내 구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사업의 채산을 답해 주는 것은 유형·작물까지 좁혀 들어간 적자율, 그리고 판매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채산 규모가 자릿수로 바뀌는 민감도 쪽입니다.
총액이나 적자율은 내 흑자를 답해 주지 않는다
‘식물공장의 절반은 적자’. 이 한 줄을 보고 진입이나 증설 결정 앞에서 손을 멈춰 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시장 규모는 수백억 원씩 성장하고 있는데 절반은 적자라고 한다. 그런데 수치가 클수록 정작 내 사업이 흑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쩐지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 어긋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가만히 보면, 보고서의 ‘절반이 적자’ 같은 수치는 봐도 내 일로 와닿지 않습니다. 인공광형과 태양광형, 잎채소와 과채류는 채산 구조가 완전히 다른데, 그걸 한데 묶은 평균을 들이밀어도 내 사업이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판매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필요한 규모가 자릿수로 바뀝니다. 수치가 클수록 오히려 내 판단에는 못 쓰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내 일로 와닿지 않는’ 감각은 맞습니다. ‘절반 적자’란 인공광형도 태양광형도, 잎채소도 과채류도 전부 뭉뚱그린 평균입니다. 그런데 채산 구조는 제각각이니, 평균값은 실재하지 않는 어딘가를 가리킬 뿐 내가 어느 쪽인지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쓸모가 있는 건 내 유형·작물까지 좁혀 들어간 모집단의 적자율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광형 잎채소만 놓고 보면, 같은 ‘절반’이라도 전혀 다른 수치가 나옵니다. 거기에 판매가의 영향도 큽니다. 잎상추 한 포기가 얼마에 팔리느냐가 조금만 달라져도 흑자에 필요한 규모가 통째로 바뀝니다. 그러니 시장 규모 수치는 ‘내 구획의 적자율’과 ‘판매가에 대한 민감도’, 이 둘로 옮겨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작물에 따라 수지가 맞고 안 맞고가 갈린다는 점은 문헌에서도 꽤 굳어진 사실입니다. 지금 밀폐형 식물공장에서 상업적으로 돌아가는 건 잎채소나 허브 같은 한정된 범위뿐입니다.(참고: 1) 반면 쌀·밀·옥수수 같은 주식 곡물은, 세계 식품 에너지의 약 60%를 차지하는 작물군인데도 당분간 채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 리뷰가 평가합니다.(참고: 2) 그 배경에는 전기 요금의 무게가 있습니다. 인공광형에서는 전력이 생산 비용의 약 2040%, 그 전력 가운데 조명만으로 6080%를 잡아먹는다는 구조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참고: 3) 그래서 열매를 굵게 키우는 데 잎채소보다 빛과 열이 더 드는 과채류일수록 이 벽이 세게 부딪힙니다.
절반 적자는 유형과 작물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
여기서 한 번 비스듬히 들여다봅시다. 그 「절반 적자」라는 헤드라인은 사실 인공광형에서 잎상추를 재배하는 쪽을 중심으로 집계한 모집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조사 안에서도 유형으로 갈라 보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농림수산성의 최신 실태 조사(2025년도)에서는 인공광형이 흑자 또는 수지 균형인 비율이 약 50%에 그칩니다. 뒤집어 말하면 절반쯤이 적자 쪽이라는 뜻입니다. 그 인공광형의 주력은 잎상추류 잎채소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태양광형 온실로 눈을 돌리면 70% 이상이 흑자 또는 수지 균형이고, 흑자만 따져도 절반을 넘습니다. 이쪽의 주력은 토마토 같은 과채류고요(참고: 5). 잎상추 중심으로 집계하면 절반이 적자, 토마토 쪽에서는 흑자가 많다. 같은 ‘식물공장’인데도 모집단을 유형과 작물로 다시 가르기만 해도 헤드라인과 그림이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물론 태양광형 과채류는 흑자가 많다고 들으면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그것도 결국 한데 묶은 평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태양광형 토마토라도 규모나 판로에 따라 천차만별일 테니까요. 그러니 ‘헤드라인과 반대’라기보다, 모집단을 잘게 나눌수록 어느 층에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더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결국 궁금한 건 어디까지 나눠야 내 일이 되느냐입니다. 유형과 작물 다음에는 무엇으로 나눠야 먹힐까요.
실무적으로 나누는 데 효과적인 기준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언제·얼마나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느냐, 즉 계약 거래로 연중 파느냐 그때그때 스팟으로 시세에 흔들리느냐입니다. 같은 태양광형 토마토라도 대형 유통과 연중 계약을 맺은 층과 시장 시세에 가격이 출렁이는 층은, 평균 판매가가 같아도 흑자가 나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그 아래로 입지(광열·기후), 그리고 규모보다 ‘가동률을 채울 판로를 미리 잡아 두었는가’가 이어집니다. 그러니 나누는 순서는 대충 유형·작물 -> 판로 안정성 -> 입지 정도의 성김으로도 충분히 내 일이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보다 더 잘게 나눠도 끝에 남는 건 ‘내 구획의 수치’뿐입니다. 그러니 자꾸 나누기보다, 내 구획에서 얼마에·얼마나·연중으로 팔 수 있는지를 먼저 못 박는 편이 빠릅니다.
판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흑자가 나는 방식이 전혀 달라진다는 견해는 시산(試算)으로도 뒷받침됩니다. 런던의 도시농업을 따져 본 한 연구에서는 채산이 서느냐 마느냐가 고부가가치 작물을 고를 수 있는가·차별화할 수 있는가·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크게 좌우되고, 같은 시설이라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채산이 크게 갈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기 가동 시기와 궤도에 오른 뒤를 비교해도 채산의 폭은 꽤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층에 팔 것인가’를 뒤로 미룰 수는 없습니다.
채산 규모를 자릿수로 움직이는 것은 판매가이다
그 ‘내 구획의 수치를 확정하는’ 지점에서 앞서 나온 ‘판매가로 자릿수가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다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내 구획에서 잎상추의 예상 판매가를 후하게 잡아 ‘이 규모면 흑자’라는 답이 나와도, 그 판매가가 10%만 내려가면 흑자에 필요한 규모가 자릿수로 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구획의 수치를 잡을 때도 판매가를 얼마로 놓았느냐가 가장 약한 고리가 됩니다.

이 ‘판매가가 가장 약한 고리’라는 감각은 경제성 시산에서 또렷하게 수치로 드러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잎상추 판매가가 20% 내려가는 것만으로 채산이 맞는 최소 규모는 38m²에서 1,700m²로 뛰어오릅니다. 어느 모델 시산의 수치입니다(모두 첨단 설비를 전제로 한 경우이며, 평균적인 설비라면 출발점은 17m². 일정한 수량과 가격을 전제로 한 시산값입니다). 같은 기준에서 판매가가 35% 내려가면 이제 100ha 이상은 돼야 맞아떨어집니다. 판매가가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성립하는 규모가 자릿수로 바뀌는 겁니다. 거꾸로, 지금 최소 규모가 110,000m² 초과로 추정되는 딸기 같은 작물이라도 단수(單收)가 20% 오르면 최소 규모가 1,200m²까지 내려간다는 시산도 있습니다.(참고: 4)
규모 자체의 효과는 사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규모를 100배로 키워도 건설비는 단위당 50% 정도 내려가는 데 그치고, 그나마 내려가는 건 건설비뿐이라 운영비는 규모로 줄지 않습니다. 그보다 판매가나 단수의 작은 변동이 채산 규모를 훨씬 크게 흔듭니다.(참고: 4)
총액은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 보는 데 남기고, 채산은 자기 수치로 결정한다
거기까지 내 구획으로 내려와 따져 보면, 처음에 보던 ‘시장 규모 ○○억 원’이라는 총액 자체는 이제 안 봐도 되는 걸까요. 그 수치는 어디에 쓰는 걸까요. 총액은 이제 내 흑자에는 손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버리자니 손이 안 갑니다. 그 총액은 ‘내가 이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시장에 앞으로 사람이 더 들어올 것인가’를 보는 수치일지도 모릅니다. 판로나 설비 가격은 나 혼자 정하는 게 아니라, 신규 진입이 늘면 따라 움직이니까요. 그렇다면 총액은 내 채산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식에 넣을 판매가나 조달비용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부는지 바람의 방향을 읽으려고 남겨 두는 수치인 셈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깔끔하고 수긍이 갑니다. 총액이나 성장률은 내 채산식 안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그 식에 넣을 판매가나 조달비용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를 보여 줍니다. 게다가 누가 늘고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총액의 성장이 태양광형 과채류에서 일어나는지, 인공광형 잎채소에서 일어나는지에 따라 내 구획이 받는 영향이 전혀 다릅니다. 같은 ‘늘었다’라도 내 판로를 노리는 생산자가 늘었다면 공급이 불어 판매가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다른 층에서 늘었다면 영향은 작습니다. 그러니 총액은 규모감과 진입 방향을 가늠하는 입구로 남겨 둡니다. 설비를 몇 년에 걸쳐 회수해야 한다면, 그 기간 내내 내가 팔 층의 수급이 계속 받쳐 줄지 하는 시간의 폭을 보는 데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거기서 읽은 방향감도 마지막에는 다시 한번 ‘내 구획에서 얼마에·얼마나·연중으로 팔 수 있는가’로 내려와, 판매가를 10% 움직이면 규모가 어떻게 뛰는지까지 보고 나서야 비로소 판단이 섭니다.
순서로 보면, 총액으로 큰 흐름을 읽고 채산은 자기 수치로 결정한다. 이 두 단계입니다.
자기 수치가 아직 없다면 가장 가까운 층에서 빌려 온다
여기까지는 ‘내 구획의 수치를 확정한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끌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진입하려는 사람은 아직 거래처도 도매 계좌도 없어서, 정작 그 핵심인 자기 수치 자체가 손에 없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모집단을 나누라고 해도, 나눈 끝에 있는 내 층이 단 한 줄도 채워져 있지 않은 거죠. 그런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거래처도 계좌도 아직 없다면, 처음에 놓는 건 자기 수치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층의 수치라도 괜찮습니다. 같은 유형·같은 작물·같은 판매 방식을 쓰는 사람의 알려진 판매가와 규모를 가수치(假數値)로 내 표에 빌려 오는 겁니다. 한 줄도 못 채운 것보다는 빌려온 것이라도 한 줄 있어야, 판매가를 10% 움직이면 규모가 어떻게 뛰는지 돌려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단, 빌려온 수치에는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표에 드러난 사례는 잘된 쪽으로 쏠리기 쉽고, 동종 업자는 신규 진입자에게 진짜 판매가나 규모를 그리 쉽게 알려 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쏠린 한 줄을 앞서의 ‘판매가 10%로 자릿수가 움직인다’는 민감도에 넣으면 그 취약함도 그대로 부풀려집니다. 그러니 판매가는 한 점으로 박지 말고 위아래로 폭을 줘서, 어디서 규모가 뛰는지까지 돌려 두는 겁니다.
그다음엔 순서를 거꾸로 뒤집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설비를 짓고 나서 판로를 찾지만, 짓기 전에 판로와 판매가를 먼저 확인해 두는 겁니다. 한 평이라도 시험 삼아 길러 보고, 누가 얼마에 받아 가는지를 작게 확인하는 거죠. 다만 한 평으로 알 수 있는 건 대개 스팟의 소량 수요이지 연중 계약 판매가 자체는 아닙니다. 그 차이까지 감안하면서 빌려온 한 줄을 조금씩 자기 수치로 갈아 나갑니다.
그러니 이제 막 진입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건 아마 설비도 자금도 아닙니다. 짓기 전에, 아직 있을 리 없는 내 구획의 수치를 가수치로라도 한 줄 만들어 두는 것. 거기만 못 박으면 나머지는, 유형과 작물로 나누고 판매가를 10% 움직여 규모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방법을 그대로 내 구획에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